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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고민하는 힘은 지금을 살아가는 힘

고민하는 힘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강상중 (사계절,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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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어보는 인문분야의 책이다. 고민하는 힘이라는 제목이 너무 눈에 와 닿아서 매장에서 구매해 읽게 되었다. 제일교포인 저자가 일본의 지성 중 한 사람이라는 것도 굉장히 특이하다고 생각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책에서 막스 베버와 나쓰메 소세키라는 두 사상가와 일본의 대표 문인의 저작과 사상을 매개로 삼아 현재 우리 현실에서 고민들을 해결하고자 한다. 막스 베버와 나쓰메 소세키라는 특정 문인과 사상가를 저자가 꼭집은 이유는 물론 저자가 독일에서 유학을 했고 제일교포 2세로서 자아의 본질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개인적인 탓도 있겠지만, 역자의 말을 빌리면 일본과 한국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인해 생겨나고 문제가 되는 여러가지 사회적인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세계경제위기를 당면하면서도 막스 베버를 떠올릴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책을 엵은 저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고민들은 매우 본질적이고 원초적이다.
서문을 지금 살아간다는 고민으로 시작한 저자는 먼저 "나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를 통해 현 시대의 자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개인주의가 팽배해져가는 시대 속에서 자본주의와 맞물린 우리는 더욱 경쟁하게 되고 더욱 개인주의를 발현하게 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나를 찾아가는 자아에 대한 고민들이 자기 중심주의에 빠지게 되고 나를 중심으로 삼고 사고하다 보니 자연스레 나만의 성을 쌓고 다른 이들을 배려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인 인간 본성을 허무는 결과를 초래하고 결국 인생의 본질을 허무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서 돈에 대한 문제를 논하고 있는데 이 시기부터 저자가 상당히 아날로그적인 사고를 좋아한다는 것을 개인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인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다소 아날로그적이라는 나의 선입견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저자의 고민은 금융자본주의 투기현상은 막스 베버의 자본주의 윤리정신에 배격되는 것이며, 우리는 윤리적인 자본주의, 즉 돈을 매개로 나의 인생을 채워가는 자본주의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듯 하다. 나쓰매 소세키의 검소함이나 이전 사람들의 검소함을 말하면서, 돈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한국이나 일본처럼 압축성장으로 경제일등국민이 지니는 배금주의와 의미없는 돈에 대한 맹목적 목적화는 반대하고 있다. 뭐 맞는 말이다. ㅋㅋㅋ

사실 나는 저자의 세 번째 고민인 "제대로 안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호기심이 가는 부분이었다.
정보화사회와 과학의 급격한 발달로 지식이 분화되고 검증된 사실이 득세하는 이 시기에 저자는 전인격적인 지성을 논한다. 데카르트의 순수이성비판,실천이성비판,판단력비판과 톨스토이의 인생론 등을 예로 들면서 인간적인 지성과 사고에 대해 말하고 고민한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와 사고력이나 비판없이 받아들이는 지식들은 과학적인 듯 하지만, 인간의 사고를 축소시키고 거대한 바다 위에 떠있어 정처없이 떠다니는 부유물로 만드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전적으로 저자의 고민과 일치하는 사고관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특히 종교에 대한 부분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후에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진행하면서 우리가 인간이라는 의미 그대로 인간 사이에 관계를 통해 인생을 채워가고자 함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요즘처럼 인간의 의미가 축소되고 어쩌면 집단을 위해 개인이 희생될 수 있는 무의미의 시대에 한 인간으로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 나의 인생의 의미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지를 늘 고민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나의 살아가는 힘은 나의 고민하고 사고함에서 비롯된다는 점은 매우 대단하다.
요즘은 인문학강좌에 대한 열풍이 거세다. 사람들이 그 만큼 물질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이 더 이상 정답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자본주의 이후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인간들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분명하다.

언제나 고민하고 사고함으로서 인생의 의미를  살찌우는 내가 되고 싶다.

고민하는 힘 - 8점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사계절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