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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대한민국의 구도(毬道)는 어디일까?

난 개인적으로 짠물야구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인천사람이다.
인천에서 태어나 대학교까지 인천에서 나온 완전한 인천사람이다.
최근 없어진 호적상 본적도 인천 남구 숭의동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인천 야구에 대해 굉장한 애착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중,고등학교를 야구부가 있는 학교를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는 물론 평준화시대의 산물이므로 내 기호와는 전혀 상관 없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혼자라도 도원구장을 들락거리면서 삼미슈퍼스타즈 어린이 야구단, 청보핀토스, 그리고 태평양 돌핀스에 열광했다.

늘 졌던 시기도 있었지만, 그 시기에 도원구장 그라운드에 서있던 그들에게
난 무한한 애착을 느끼게 되었다. 패자를 응원하는 나의 동정어린 마음과 자존시이 더해지는 시기였다.

내 짠물야구 정신의 가장 큰 기대는 역시 인천의 투수들이었다.
프로야구에서는 나만의 영원한 우상인 너구리(고 장명부 선수), 그리고 최창호,박정현,정명원으로 이어지는 나의 투수왕국 초록색 유니폼이 인상적이었던 태평양 돌핀스....

중고등학교때 인천 고교투수의 우상인 동산고의 위재영. 위재영선수의 봉황기 우승당시 투구는 정말 예술이었다.

야구는 인천을 통해 100년 전에 한국에 들어왔다.

그리고 야구의 중심에는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시기에 인천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구도의 중심에서 프로야구 출범이후 부진한 성적과 함께 점점 멀어져갔고
부산, 서울의 튼튼한 프로야구 응원열기 속에 이제 구도라는 이름은 무색하다...

인천사람들 중 토박이는 사람 별로 많지 않다.
전라도와 충청도에서 서울로 진출하기 위해 수도권을 옮기는 사람들이 거쳐 가는 곳..
그리고, 수출 5,6공단이나 남동공단에서 근무하기 위해 거주지를 마련한 사람들.

그래서 인천사람들의 인천사랑은 여타지역의 애향심에 비해 별로다.
인천 토박이로서 나는 이 점이 구도 인천을 지키지 못한 큰 원인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다.
안타깝다. 두고두고 안타깝다.

거기다 현대유니콘스의 이전은 그 속사정이야 어찌 되었던 정말 안타까웠다.
야구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사랑하는 보통의 인천사람으로서 정말 가슴이 많이 아팠다.

전주의 야구단이 쌍방울이 SK란 이름을 걸고 인천으로 옮겨올때도 그리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의 SK는 솔직히 구단 운영이나 마케팅차원에서 내 기대를 넘어서게 잘하고 있다고 개인적으로 느끼고 있다. 놀랍다. 물론 2년 연속 우승이라는 성적과 문학야구장이라는 공원화된 이미지의 좋은 야구장 신설이 운이 정말 좋은 사례이지만, 프런트나 야구단 운영 자체도 잘 한다.

박재홍이 돌아오고 인천의 거물이었던 김경기를 잘 마무리해주고, 올해는 인천의 기대주였던 송은범마저 에이스급으로 물을 올린 선수단도 정말 개인적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SK가 앞으로도 잘 해주길 기대한다. 인천사람들의 SK에 대한 애정도 높아지고 있음을 몸소 느낄 수 있다. 이제는 팬이 되어야 야구단이 사는 시기이다.

개인적으로 현재 대한민국의 구도는 누가 뭐래도 롯데다. 내 개인적인 의견도 그렇다.
그리고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두산이나 엘지도 정말 부럽다.

난 SK도 그런 명문구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내 고향 인천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프라의 발전이나 아시안게임같은 일회성 국제행사도 중요하지만 추억이나 경험을 가치로 올릴 수 있는 인천의 문화가 필요하다.

거리의 문화나 장소의 문화는 추억이기에 도시개발과정에서 없어지거나 퇴색될 가능성이 높지만 명문구단이 연고를 깊게 가져간다면 진정한 문화도시의 場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에는 이미 야구 명문인 동산,재물포,인천고등학교등이 있지 않은가?

직장과 결혼으로 이제는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난 이제 인천이 새로운 구도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본다. 문학구장이 진정할 볼파크로 거듭났으면 한다.

SK여 대한민국의 다저스가 되어라. 인천의 짠물야구여, 나름의 문화로 되살아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