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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인문좌파를 위한 이론적 가이드] 이론은 근육! 운동하자!

인문좌파를 위한 이론 가이드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이택광 (글항아리,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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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의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나도 덩달아 작년부터 인문학에 대한 책을 좀 읽어 볼까 하는 생각에 처음으로 생각한 책이
CEO인문학이다.

CEO 인문학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고승철 (책만드는집,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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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울대 AFP과정에서 각 분야의 저명한 교수님들이 동서양의 철학,사학,윤리 등을 강의한 강의록을 정리한 것이다.

그리고 좀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소망으로
예수전. 고민하는 힘. 로자의 인문학 서재를 읽기 시작했다.
예수전
카테고리 종교
지은이 김규항 (돌베개,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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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강상중 (사계절,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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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인문학 서재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이현우 (산책자,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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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자의 인문학 서재를 통해 라캉과 벤야민, 데리다 그리고 지젝을 알게 되었다.
이전에 내가 알지 못하던 분야의 구루에 대한 탐구심이 생겼으나 관련된 생각들을 정리한 책을 미쳐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이택광씨가 좋은 책을 내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각설하고,
이 책은 인문학이라는 분야가 어떻게 역사 속에서 전개되어 왔는지를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이론은 현실을 직시하고 실천하기 위한 근육이라는 아주 실제적인 동기로 이 책을 연다.

그리고 이론이라는 점에서 가장 역사적으로 큰 획을 그은 마르크스를 처음으로 만나게 해준다.
자본을 쓴 마르크스가 이제는 현실 공산주의의 몰락과 더불어 그 논의가 점차 줄어들고 있으나 인문좌파의 측면에서 보면 마르크스는 그 존재만으로도 이론을 이야기할 때 결코 빼먹을 수 없는 인물이다.

사실 미완성인 '자본'을 통해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노동의 생산을 교환가치의 산물로서 주장하며 자본주의가 결코 완성형이 아님을 주장하고 있으나 마르크스주의라고 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 친구 헤겔이 이데올로기화 하면서 마르크스주의를 만들어내고 그 것이 현재의 우리 이념의 일종의 편향을 만들어 낸 것이다.

90년대 이후 현실에서 공산주의 국가들이 무너짐에 따라 자본주의가 최종의 승자인 것처럼 말하고 있으나 기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인해 많은 것들이 무너지고 있다. 계급구조는 시장경제에서 양극화가 점점 심해짐에 따라 고착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대는 어쩌면 본질과 수단, 행복이라는 목표와 돈이라는 수단이 전도된 사회이다. 그래서 오늘날 대한민국 대통령은 기업의 CEO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이 이론이고 그래서 세계 여기 저기서 마르크스주의로 돌아가자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고 이론의 임무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 것이다.

이론의 종언이 아니라 이론의 재탄성,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인 것이다.

저자는 역사 속의 이론가들을 통해 독자들이 근육을 키우고 현실의 사고에서 실천하기를 원하고 있다.

칸트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결코 명백하게 증명된 진리가 아니면 진리가 아니라는 칸트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철학의 주장은 과학과 연계되어 실험을 통해 검증되어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시간이 지나면서 너무 의과학과 되어 버렸다. 수단이 목적을 뒷방 늙은이로 만들어 버린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프로이트주의를 숭고하게 지키고 발전시키고자 했던 이론가들은 존재했다.
벤야민이나 사르트르, 라캉 같은 사람들이 모두 정신분석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인문학이라는 학문은 정답을 내는 학문이 아니다.
하늘 아래 사람이 만들어낸 학문 중에 진리가 있겠는가?
인문학이라는 것은 진리나 역사적인 사실이 그 것을 바라보는 응시자, 도시의 시선들의 해석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벤야민이나 사르트르 등은 모두 비슷한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라캉 같은 사람들은 주이상스라는 쾌락과 열정의 근저에는 윤리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이는 데리다가 이야기하는 정의와 법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힘이 중요하다는 점과도 어찌보면 관점만 다를 뿐 현대 사회의 질서를 이룬 근간이지 않나 싶다.
해체주의 또한 어찌보면 해체를 통한 또 하나의 균형이나 시작,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의 후반부에는 랑시에르가 눈길을 끈다.
플라톤의 극장이라는 것을 기반으로 정치와 치안, 그리고 못 가진 자들의 참여를 통한 권력 저항들을 이야기한다.

이택광선생은 이를 촛불시위 때의 고등학생들을 비유로 공감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고 있다.

내 습성상 책의 감상평에 자세히 책의 내용을 기술하는 편은 아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 책은 꽤나 읽기 어려웠다.

내가 이 책을 읽는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회사 업무와 학교 공부의 과중함에도 있었지만 책 자체가 꽤나 어려워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줄거리의 디테일한 이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보적이나마 이 책을 읽어내면서 느낀 것은 이론이라는 것이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고들의 집합체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사람들 사이에 원래부터 진리인 것이 얼마나 있던가?
역사나 이데올로기 같은 것은 모두 인간들이 만들어내고 해석함에 따라 변형이 올 수 있는 것들이다. 현재의 사회 질서도 권력기반의 사회 계약 관계등에 의해 유지되고 해석되고 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주장하듯 이론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보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말이다.
그것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성원으로의 의무이자 사명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론의 근육을 키우기를 소망한다.

인문좌파를 위한 이론 가이드 - 10점
이택광 지음/글항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