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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예수에게 묻는 이 시대의 진보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김규항 (알마,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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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좌파 김규항선생과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선생이 만나 이야기를 나눈 글이다.
사람들이 이야기할 때 좌우를 나누면 그 맨 왼쪽에 선다고 이야기하는 김규항 선생의 생각들을 인터뷰라는 형식을 통해 정리한 것이다.

좌파, 즉 진보의 가장 왼쪽에 선다는 이야기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나는 이 점이 이 책을 열면서 가장 궁금했다. 이 시대, 특히 대한민국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날로 분열하는 우리시대에서 좌우를 나누고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기준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어느새 보수가 되어가고 있었고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도 나름대로 그 한계를 드려내는 시대인 요즘, 좌파 진보의 가장 왼쪽인, 따라서 가장 근본주의자인 김규항 선생의 생각을 통해 오늘날의 세상사람들의 기준을 투영해보고 싶었다.

이 책의 제목은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랫쪽까지'이다.
가장 왼쪽이라는 것이 좌파나 진보세력의 근본주의라면 가장 아랫쪽이라면 계급의 가장 아랫쪽을 이야기한 것이 되겠다.

이제는 누구에게나 너무나 진부해져 버린 계급에 대한 사고, 소위 말하는 계급투쟁을 김규항은 이 시대에도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가장 왼쪽이라는 것이 가장 이상주의라고 말한다면, 김규항선생은 그 이상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소위 우리가 이야기하는 현실과의 타협을 위해 적절한 수준에서 우파와 타협하여 현체제의 개혁을 원하는 것은 왼쪽의 가장 끝점을 축소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이 시점에서 슬라보예 지잭이 말한 레닌론이 생각난다.
블라디미르 레닌 (Vladimir Lenin) / 해외 역사인물,국외정치인
출생 1870년 4월 22일
신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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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보예 지잭은 레닌과 같은 이상주의의 실현을 위해 열정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야 이 시대가 진정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점에서 김규항이 이야기하는 주장은 비단 레닌은 아닐지라도 그 정신을 실천할 수 있는 모습들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김규항은 현재의 진보성향의 자유주의자와 그 세력들을 진지하게 비판한다. 7,80년대 군사독재 속에서 치열하게 투쟁하던 민중운동이 정치적인 민주화를 통해 그 치열함을 한 순간에 허망하게 잃어버린 이후, 군사독재의 정권에서 자본주의의 정권으로 변화해버린 현실의 보수에게 모든 것을 내주었다.

실질적으로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장악해가고 있는 보수의 그늘 안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들고 있는 좌파 진보들을 비판하고 있다. 이 시대 진보들의 진정한 자아성찰이 없이는 시대 정신의 발전은 이룰 수 없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자본론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칼 마르크스 (비봉출판사,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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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대한민국의 진보세력은 칼 맑스의 자본론을 그 사상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김규항 선생은 진보 사상의 근간을 예수 그리스도로 삼고 있다.
김규항 선생의 그 진보 사상의 근본을 가장 완전하게 드러낸 책은 예수전이라 하겠다.
예수전
카테고리 종교
지은이 김규항 (돌베개,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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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은 이 책에서 예수가 신인지 인간인지, 혹은 부활의 형태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논점을 삼지 않는다. 그 보다는 예수의 정신,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이 무엇인지를 논점으로 삼는다.

예수가 인간의 모습으로 온 신인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말하는 정신과 마음이 우리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라 말한다.

개혁이라 함은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타협 속에서 발전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현 체제라 함은 신자유주의일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지내면서 우리는 속칭 우리 시대의 진보정권을 맞보았지만, 그들은 우리 사회의 신자유주의를 더욱 앞당겨왔고 이는 진보가 아니라 단지 개혁이었다. 물론 이명박 정권은 아주 솔직한 보수주의이지만, 이들보다 오히려 우리를 교묘하게 속인 개혁세력과 자유주의세력이 더 무섭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남들 앞에서는 진보를 이야기하고 경쟁에서 우리 아이들을 벗어나게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자기 자식들은 서울대에 보내고 싶어 고액과외를 시키고 30평대 강남 아파트에 살고 싶어하는 이상과 현실이 다른 불편함이 그들 속에 있는 것이다.

어쩌면 다른 의미의 라캉인가? ㅋㅋㅋ

김규항은 예수를 말한다. 예수의 정신이 이 시대에 필요한 진보의 정신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현실과 이상이 다른 불편함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이상을 실천할 수 있는 열정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기 위해 김규항선생은 하루에 30분씩 기도를 한다고 말한다.

이상주의의 실천. 시대의 체제를 넘어서는 진보와 발전을 향한 열정
나는 김규항 선생의 주장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다시금 보았고, 결국 현실에서 자칭 진보세력이라 말하는 불편한 마음들이 결국 자기애를 버리지 못함으로서 그렇게 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나 마음 한 가운데 자리잡은 나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결국 현실이라는 체제 안에 갇혀버리고 마는 것이다.

김규항 선생은 그런 우리를 경고한다. 그리고 자신이 직업으로 삼고 있는 어린이 잡지 출판을 통해 새로운 세상이 바뀌기를 소망한다. 어쩌면 아이들에 대한 현실의 미안함을 어린이 잡지 출판을 통해 조금은 속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시대에 예수 그리스도가 필요하다고 말한 사람은 비단 김규항 선생 뿐 만 아니라 슬라보예 지젝도 말했다.
슬라보예 지젝 (Slavoj Zizek) /
출생 1949년 3월 21일
신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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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현실에 타협하지 않는 이상과 목표가 아닌가 한다.
그리고 근본적인 그 이상과 목표가 현실에 의해 무너지지 않도록 나를 다잡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김규항 선생의 의견을 존중하고 찬성한다.

비단 사람이기에 때로는 과격하고 특유의 어투로 인해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우리는 모둔 사람이기에, 그리고 그 마음을 알기에 서로를 감싸안을 수 있지 않는가..

그런 면에서 치열하게 들끓을 수 있는 세상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양극화와 편향화되는 세상이 아닌 다양하고 넘기는 사고들로 이 세상이 더욱 활발하기를 바란다.

어쩌면 지난 정권 속에서 고여버린 물이 된 진보세력이 진정한 자기 성찰과 새로운 시대 정신을 명확히 하고 포괄적인 거대담론을 들고 대한민국의 진정한 진보세력으로 우리들 앞에 나서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체제 안에서 타협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이상의 실현을 위해서 말이다.

옆에서 우리 애기가 너무 떠들어서 감상평이 두서가 없어졌다.
그래도 나에게도 원칙이란게 있다.---- 한 번 작성한 감상평은 왠만하면 고치지 않는다.--- 나의 생각의 파편들이 제한될 수  있으니까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