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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차인표의 첫 소설 [잘가요, 언덕]

잘 가요 언덕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차인표 (살림,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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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퇴근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회사 내 메신저로 와이프에게 연락이 왔다. 자신이 근무하는 목동점에 차인표가 싸인회를 하러 왔는데 매너가 너무 좋아서 책에 싸인도 받고 같이 사진도 찍었다는 것이다. 오랜동안 같은 회사인 교보문고에 근무해왔지만 우리 와이프가 누구 싸인회나 낭독회한다고 그렇게 주인공을 칭찬하는 모습을 본 적은 처음이었다. 정말 매너가 좋기는 했나보다. ㅋㅋㅋ 그 때 찍은 사진이 이거다.

ㅋㅋㅋ 너무 웃기지 않나 싶다. 근무하다 말고 이게 뭐 하는 짓인지 ..ㅋㅋ
나는 본사 근무인력이다보니 주말에 쉬고 우리 와이프는 주말에는 매출이 상승하기 때문에 출근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것저것 정리를 하다보니 거실 한 편에 책이 놓여 있었다. 한번 살짝 들여다보니 '어허! 이거 점심 먹으면서 읽으면 끝나겠네~' 하는 생각이 들어 아침밥을 대충 해 먹고 책을 펴고 앉았다.

솔직히 처음에 별 기대 안하는 수준을 넘어 조금 앉아서 보다가 덮을 생각을 하고 책을 들었다. 근데 책을 들고 20분 정도 읽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좀 달라졌다. 앉은 자리에서 책을 보다 보니 한 시간이 훨씬 넘었고 책도 반을 넘어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중학교 교과서에 나올 만큼 순수한 소설책을 읽는다는 신선함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소나기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처음 도입부에 매우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야기가 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영화 웰컴 투 동막골 같다는 느낌을 또 강하게 받기 시작했다. ㅋㅋ  어라~ 이거 좀 재미나네...

결혼식장 가야 되서 책을 들고 지하철을 탔는데 계속 보게 되었다. ㅋㅋ
내가 여기서 소설 내용을 이야기하면 책을 안 읽을 사람들이 많을테니 이야기는 안 하련다.

이 소설은 차인표라는 분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정말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이 소설의 구성은 정말 대단하다. 왜냐하면 주제와 주제를 들어내기 위한 소재들이 정확하게 틀이 짜여진 일종의 모델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주제는 "용서"다. 이 한가지 모토는 소설의 주제이자 가장 큰 주장이고 연결고리이다.
내가 나름 해설하는 이 소설은 이상향과 현실, 그리고 현실과 이상향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모형화되어 있다.
이상향은 주인공들이 그리워하는 "엄마" 혹은 "엄마별"이고 현실은 호랑이마을에 나타나는, 그리고 엄마를 잡아간 호랑이 아니면 일본군대를 비롯한 여의치 않은 식민지현실이다. 그리고 저자는 현실과 이상향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용서를 선택하고 있다.

250페이지라는 제한된 공간 내에 이러한 모델을 정확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놀라웠다.
물론 기성작가의 소설이라면 솔직히 별로 안 놀랐겠지만, 이번 경우는 특이하다보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중간 중간 위트있게 등장하는 새끼제비도 색다르고 이야기 구성도 신선함이 분명히 있었다.
물론 약간 한국소설 특유의 미묘한 감성의 숨김보다는 드러나는 문구들이 눈에 띄어 좀 맛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건 엄연히 나의 비판정신 내지는 편견일수도 있을 것이다.

암튼 이런 책은 중학생이나 청소년에게 읽힐 수 있는 양서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주말에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잘가요 언덕 - 10점
차인표 지음, 김재홍 그림/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