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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CEO인문학을 읽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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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여기저기서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는 곳이 많다. 구청이나 관에서 운영하는 문화회관 뿐만 아니라 교도소에서도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우리에게 그 동안 등한시 되었던 인문학의 존재가 새롭게 풀어내야 할 미지의 영역이고, 앞으로 알아야 할 부분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나도 지난 해 여름부터 이러한 인문학 강좌에 관심이 있어 인터넷을 통해 여기저기 뒤적거렸지만 지금 하는 경영대학원 과정도 있고, 아이때문에 쉽게 짬이 나지 않아 책으로 그 설레임을 일단 무마하고자  여러가지 쉽게 쓰인 책을 골라보다, 직장인인지라 CEO들의 소재꺼리들을 엿보고 싶어 골랐다.

서울대학교 AFP과정은 처음부터 언론에서 이슈화되면서 소문이 자자했다.
그래서 그런지 수강생들도 면면히 대단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저자인 고승철님 역시 기자로서의 연륜이 대단한 인물이다.

사회과학을 하는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은 정말 이상하리만치 대단하다.
그렇게 평생을 배우고도 또 인문학이라는 학문, 어찌 보면 지적인 교양이라 할만한 것들을 배우고 느끼기 위해 바쁜 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보면 내가 작아짐을 항상 느끼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역사와 문학, 그리고 종교,철학,예술의 이야기를 저명한 교수님들이 소개하는 형식의 강의로 한 꼭지씩 읽고 있자면 일종의 옴니버스 영화를 보는 듯 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아이가 꿈 속에서 하늘을 날다 바다 위를 걷고 바다 속을 헤엄치다 다시 땅 위를 뛰노는 것처럼 인문학의 자유로운 생각들 속에서 우리의 지적인 호기심은 자유로운 탐구로 이루어진다.

경영학을 하는 사람들, 소위 실전 경영의 구루에 비견될 만한 사람들이 이 강좌를 듣는 이유는 이러한 고객들의 자유로움을 느끼기 위해서가 아닌가 한다.

너무 틀에 박힌 이야기다.......

읽고 나서 한 동안 든 생각은 인문학은 그저 인문학의 자유로움 속에 놓아 두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인문학이 야생에서 자란 한 마리 새라면, 경영학은 새장이 아닌가?

고객의 생각을 잡겠다고 나서는 경영학이 인문학이라는 자유로움마저 장악하려는 의도가 부디 불순한 것이 아니길 바라면서 이 책을 덮었다.

오히려 경영의 대가들이 이 강좌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고 오랜만에 등산한 사람이 산 위에서 평소에 느껴보지 못했던 대찬 공기를 느끼는 계기로 멈추었으면 했다.

천연의 순수는 그대로서 좋은 것이다.

칸트가 죽기 직전 점심을 먹고 나서 "이것으로 좋다. 족하다."라는 말을 남기고 생을 마감한 것 처럼...

경영학은 그저 경영학으로 인문학은 그저 인문학으로 남는 것이 어떤가 하는 것이 생각이다.

우리에게도 삶의 그루터기, 쉴만한 물가가 필요하지 않은가?

CEO 인문학 - 10점
고승철 지음/책만드는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