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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낯설게 도시를 바라보며 자아를 찾아보기

도쿄 산책자 - 10점
강상중 지음, 송태욱 옮김/사계절출판사


한 동안 책을 읽을만한 체력이 안 되서 한 두 주동안 글자를 고민하면서 보지 않았다.

책 읽는 일은 역시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자신을 위로하면서 티비와 핸드폰을 끼고 사는게 정말 몸이 편하고 좋긴 했다.


"책 읽는 뇌"에서 나온 것처럼 

나도 어렸을 적부터 책을 통해 텍스트를 학습하는 능력을 많이 배양했으면 

체력적인 안배를 하면서 더욱 쉽게 독서를 할 수 있었겠지만,


이누무 한량습성은 어린 시절부터 책과는 거리가 먼 나를 만들었고 

그래서 그런지 여전히 책을 읽는 일은 의식하고 하지 않으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책 읽는 뇌

저자
매리언 울프 지음
출판사
살림 | 2009-06-23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남자 아이는 왜 여자 아이보다 더 늦게 글을 읽는가? 왜 책을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일전에 책장사 시절부터 국내에 소개된 강상중 선생의 글과 책은 많이 읽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고민하는 힘"과 "살아야 하는 이유" 국내에 소개된 2권의 전작도 모두 내 피같은 돈을 주고 사서 읽었다.




고민하는 힘

저자
강상중 지음
출판사
사계절 | 2009-03-24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불안과 고민의 시대, 일본 100만 독자를 일으켜 세운 책! 재...
가격비교



살아야 하는 이유

저자
강상중 지음
출판사
사계절 | 2012-11-0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화제의 책 [고민하는 힘] 속편 출간. 강상중의 두 번째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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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중 선생님의 책은 이제 편하게 읽을 만 한 것이 되었겠지 하고 책을 나섰다가 큰 낭패를 봤다.


너무 진도가 안 나간다.

한 두 줄 읽고 생각하고, 또 한 두 줄 읽고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250페이지도 안 되는 책인데 다른 책 읽는 속도의 절반의 속도를 내게 하는 책이다.


물론 내가 독서를 할 때 몰입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이런 책은 정말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라도 중간 중간 저자의 주장을 되새김질 하면서 읽지 않으면 맛이 안 산다.



인천에서 태어나 살고, 직장생활 첫 10년을 광화문과 경복궁 부근에서 한 것때문일까

양식 건축물의 고태와 현대식 상업건축물을 한 눈에 보며 살아온 나는 서울이라는 풍경과 동경이라는 풍경의 이미지는 비슷한 측면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강선생님이 일본과 한국의 주변인의 태생으로 고민하며 살아온 그 관점으로

동경을 바라보는 그 것이 한국의 서울과도 동일하게 나에게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사실, 이 책은 장소 장소의 면면을 소개한다기 보다는 그 장소의 이미지와 유래를 통해 

강선생님의 생각과 관념, 그리고 기억들을 담아낸 책이다.


그래서, 여행기라기 보다는 인문서에 가까운 것 같다.


현대식 도시라는 공간이 주는 과잉 속에서 더욱 고독과 분리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현대인들.

그리고 그 속에서 과거의 기억과 관계를 찾아 내고자 하는 복고주의의 옛 공간들을 찾아다니면서 

이방인으로 살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이 어떤 관점으로 인생을 바라보고 사는 것이 좋을 지 잔잔하게 표현하고 있다.


관계에 대한 몸부림.

자아를 노출하기 위한 노력들이 브랜드라는 세계 공통의 언어를 만들고, 

로고라는 것을 통해 서로의 취향과 계급을 간파하게 만드는 그 것들이 이루어지는 도시라는 공간.


일본과 한국 모두의 공통점이겠지만, 영어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이 낳는 웃지 못할 문화 사대주의 행태.


동경대학이 시대정신을 아우르던 상아탑에서 지적 서비스 배양을 위한 전초기지로 변신한 배경 등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도시라는 배경과 함께 투영하게 해준다.



"편리"라는 문명의 이기는 자기를 다른 사람과의 불편한 관계에서 해방시켜주지만

동시에 고독과 분리라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이 것들이 일본에서는 오타쿠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마치 수족관 속을 유영하는 물고기들처럼 위험에서 해방되지만 본연의 자아를 잃고 사료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포스트 모더니즘이 이 것들을 잉태했고, 21세기의 인류는 이를 아무런 저항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는 어쩌면 어항을 스스로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메트릭스처럼 말이다.



매트릭스 (1999)

The Matrix 
9.5
감독
라나 워쇼스키, 앤디 워쇼스키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쉬번, 캐리 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정보
액션, SF |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 136 분 | 1999-05-15


그래서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경제발전을 기대하지 않으며, 육종식의 욕망에서 서서히 옆으로 벗어나 초식계로 접어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정형화하고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말로 온실 속으로 가둔다.

그게 도시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다.

 

이 책은 에세이다. 그래서 뭔가에 대한 저자의 주장 같은 것은 찾아 볼 수 없다.

그저 하나의 공간에서 본인의 생각을 적고 독자에게 공을 넘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인생이라는 것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잘 채워나가기 위해 노력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말이다.


"인생의 한 통의 성낭갑과 닮았다. 중대하게 취급하면 바보 같다. 중대하게 취급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라는 말처럼..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