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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존중하라]회사는 직원들에게 학교가 되어야 한다.


존중하라 - 10점
폴 마르시아노 지음, 이세현 옮김/처음북스(구 빅슨북스)


회사 예산으로 책을 구입했다. 

그래서 회사에서 내가 하는 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책을 골라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이 책을 골랐다.


요즘 들어 부쩍, 내 커리어라면 좀 부끄럽지만 한 5년간 해온 조직단위 성과평가(우리 회사에서는 이걸 그냥 KPI라 통칭한다)에 대한 무용론을 많이 듣게 된다. 사실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좀 기운 빠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교보에 있을 때는 BSC기반의 조직성과평가 때문에 나름 캐플란 선생의 책도 많이 보고 이걸 가지고 외부 교육도 다니고 생명에서 하는 워크샵도 열심히 따라 다녔는데 이제 와서 보니 다 헛고생한게 아닌가 싶다.




가치실현을 위한 통합경영지표 BSC

저자
로버트S.캐플런 지음
출판사
한언 | 1998-04-01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 하드커버 재킷에 얼룩, 본책은 전반 몇 쪽에만 형광펜 마킹뿐...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KPI 이노베이션: 조직 성과측정의 올바른 이해와 혁신

저자
딘 R 스피처 지음
출판사
한국경제신문사 | 2008-03-24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측정의 효과적인 사용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만드는 것에 관한 책...
가격비교


책의 원제목처럼 당근과 채찍으로는 회사의 직원들을 일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이 주는 메시지는 어찌 보면 당연했다.

조직이 원하는 성과목표에 맞춰 일하는 것은 회사의 직원들을 단기적으로 결과에 몰입하게 할 뿐이고,

그 이후에는 회사와 자신을 분리하여 생각하는 타산적인 존재로 만들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저자가 제시하는 무엇보다 근본적인 물음은

회사의 직원에게 목표성과대비 인센티브로 돈을 제공하거나 처벌을 하는 방식은 

파블로브의 조건반사적인 실험의 현대적인 계량형과 같은 프레임이라는 주장으로 

현재의 기업에서 직원들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 이러한 방식은 틀렸다는 것이다.


우리는 성과주의 문화를 확산시킬 때 

기본적인 전제로 "직원의 동기부여"라는 말을 기준처럼 사용한다.


하지만, 성과주의 문화의 기준이 되는 직원의 동기부여는 기업과 직원의 컨센서스를 이루는데 부적합한 용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근본적인 물음에 적당한 키워드는 "직원의 몰입"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말하는 "직원의 몰입"이란 결과에 따른 보수나 처벌의 개념이 아니라 

직원이 자발적으로 기업과 함께 할 수 있는 조직에 대한 몰입과 본인 직무에 대한 몰입이다.


(요즘 같은 시기에 뜬금없이 몰입이 왠말이냐? 일과 삶의 균형을 여기저기서 외쳐대고 칼퇴하는 좋은 회사 만들자는 트렌드가 득세한 마당에 몰입으로 인생의 베이스를 업무에 깔아대는 쌍팔년도씩 발상이라니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직원들의 몰입이 회사와 직원을 모두 살찌울 것이라는 말은 좀... 그랬다.)


아무튼.

"직원의 동기부여"를 위한 제도는 일시적으로는 효과를 좋은 거둘 수 있으나 부작용을 양산하며, 의도적인 경향으로 인해 직원들이 점차 조직과 본인을 구분하게 되는 타산적인 경향을 두드러지게 한다고 말한다.


대안으로 저자는 직원들이 조직에 몰입을 지속할 수 있는 요인들을 만들어내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위 "존중모델"이란 것을 제시한다.


"존중모델"을 설명하자면 먼저, 5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지 확인해야 하는데


1. 조직의 미션, 비전, 가치, 목표, 정책, 행동을 존중하고 "나 여기서 일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2. 관리자, 특히 직속 상사가 능력, 도덕성, 현명한 판단력을 갖추고 사람을 공평하게 대우하는가?

3. 동료들이 능력과 정직성을 가지고 협조적이며 책임감있게 업무를 처리하는가?

4. 업무가 새로운 도전이자 보람이 되며, 재미있고 가치있는 것인가?

5. 조직, 관리자, 동료들에게 존중받는다고 느끼는가?


그 중에 저자가 가장 근본이 되는 몰입의 기준은 직원들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라 주장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RESPECT 모델이라는 데 한 번 대충 깔아보자.


1. 인정(Recognition) - 자신의 기여에 대해 가치를 인정받고 칭찬받는 것을 말한다. 물론 보상도 뒤따라야 한다.

2. 역량강화(Empowerment) - 직원들이 역량을 키워 존중받고 성공할 수 있도록 도구,자원,교육을 제공하고 

                                               더 중요한 것은 자율성을 보장하고 위험의 감수를 장려해야 한다.

3. 긍정적 피드백(Supportive Feedback) - 상사가 직원에게 바람직한 행동을 강화하고 개선을 목적으로 피드백을 

                                             주는 것. 요때 중요한 것은 망신주지 말고, 되도록 칭찬하라는 주장이다.

4. 파트너십 형성(Partnering) - 직원을 고용인으로 보지 말고 진정한 파트너로 대우하고 직원들이 기업의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의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5. 기대(Expectations) - 직원들에게 회사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공유하고 달성책임을 줌으로서 기대를 함께 하는 것

6. 배려(Consideration) - 상사와 동료가 서로를 아끼고 사려깊게 대하는 것으로 개인적인 어려움을 이해하는 것

7. 신뢰(Trust) - 관리자는 직원의 능력과 역량을 신뢰하고 확신을 줌으로서 직원들이 책임감을 가지게 하는 것


대충 이렇다. 참~ 영어 쓰는 사람들은 단어 조합해서 키워드 만드는 것 좋아해요.. 강박관념임!


일단 다소 이론적인 책 내용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고 느낌 들어가면...


이 책을 읽고 나는 기업이 직원을 지속적으로 몰입하게 하려면 직원에게 끈임없이 모멘텀을 주어야 한다고 느꼈다.

돈과 인센티브는 어차피 먹고 떨어지면 땡이고(먹튀 양산, 경력사원 이직시장의 폭발!), 

회사에서 직원들이 남아 있고 일할 이유가 지속되려면 기업이 직원을 Care해야 한다.


그리고 그게 직무에 대한 몰입을 넘어서 조직에 대한 애정과 몰입으로 이어지려면, 

직원은 경영자나 주주는 아니더라고, 이미 또 다른 의미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


결국, 회사는 직원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야 하며, 직원들을 평생동안 키워내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우리 나라는 평생직장인 시절이 어쩌면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이런 스탈이 아니었나 싶다.

자본주의가 득세하고 일해서 결과 나는데로 돈 준다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회사와 개인은 분리되기 시작했고 

이제는 겉잡을 수 없게 되었다.


비전이니 한 방향 정렬이니 하는 것들이 이 마당에 무슨 소용이 있으랴. 다 자기 잘난 맛에 살게 되었는데 말이다.

결국, 회사 안의 직원은 힘들고 어렵지만 외부에서 등수 매겨 박수치면 좋은 줄 알고, 

연말에 인센티브 두둑히 주면 대박난 줄 아는 악의 순환고리에 사로잡혀 버렀다.


자본주의의 나라에서 경영이론이라며, 성과주의 문화를 잔뜩 설파해놓고는 이제와서 무용론을 편다는 점이 정말 웃기는 노릇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래야 또 여러 사람들이 먹고 살아갈 수 있기에 불쌍한 일이지만 박수를 보낸다.


다시, 몰입의 선순환고리를 끌어내는 것은 이제 너무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학교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고정관념화된 프레임을 교육하고 틀 안에서 살아가도록 세뇌시키는 것이라면

이제는 회사라는 곳도 직원들을 세뇌시키는 곳이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안 그러면 불신의 구렁텅이 안에서 서로 눈치밥만 먹으면서 하루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힘든 세월이 될테니까 말이다.


저자는 회사를 직원과 함께 성장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게 과연 자본주의 기업문화와 공존할 수 있는가는 읽고 나도 여전히 의문이다.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