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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나의 사상적 기반이 된 이반 일리히의 유언


이반 일리히의 유언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데이비드 케일리 (이파르,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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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히를 인문학 평대에서 만났다.
이전에는 잘 알지 못했지만 국내에 번역된 책이 3권 정도 있고 대충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카톨릭 신부 내지는 친자연주의 사상가로 알고 있다.

이반 일리히의 유언이라는 책을 보며 그가 근자에 사망했음을 알 수 있었고 몇몇의 유럽 언론들이 그의 사망에 관한 보도를 통해 그가 20세기 최고의 지성인 중 한 사람이라고 평한 것을 보면 생각의 깊이가 나름 깊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이반 일리히의 유언은 그의 일생의 사상을 인터뷰를 통해 정리한 것이라 할 만하다.

이 책을 통해 그의 생각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한 문장을 꼽으라면 바로 이 것이다.
"최선이 타락하면 최악이 된다."

기독교사상에 대한 깊이와 통찰이 강한 그는 근대와 현대로 이어지는 사회가 기독교신앙의 타락으로 형성된 시스템화된 사회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신이며 동시에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는 인간이었던 예수 그리스도 이후 구약시대의 예언의 시대를 벗어나 육화된 순수한 관계로서의 기독교를 이해한 그에게, 가장 깊이 있고 순결한 기독교는 우리라는 육체의 관계로서의 어울림이 있는 사회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적어도 나의 이해로는 그렇다.

하지만, 순수한 우리의 어울림으로서의 기독교는 제도화됨에 따라 타락하게 되었고 교회를 규칙화하고 제도화함과 동시에 죄를 법제도화해서 범죄화함으로서 이전에 용서와 자비, 그리고 경건함을 점점 사라지게 되었다.

사람들의 사회 제도화와 물리적인 규범화는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았지만 순수하고 깊이있던 초기 신앙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로 선포되고 교황과 왕이 2개의 최고 권력을 가지게 되는 중세에 들어서면서 이런 현상은 일어나고 심화되게 되었는데 면죄부를 주는 제도를 만들고, 권력화되면서 순수한 기독교 신앙은 사라지고 사람과 권력, 그리고 제도로 대변되는 시스템만이 남게 되었다. 

이반이 말하는 최선이 타락하면 최악이 된다는 말은 이 때부터가 그 시작인 듯 하다.

너와 나를 가르고 자본주의가 확산되고 인클로저 운동이 일어나면서 사람들의 우연성과 신에 대한 믿음은 물리적인 해석과 분석, 그리고 필연성을 찾으려는 논리철학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신의 영역을 인간의 영역으로 가지고 온 인간들은 그 영역에 대한 자신의 지배를 기뼈하고 이를 활용해서 자신들의 욕망을 추구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이반은 토마스 아퀴나스 이후 신의 영역이 인간에게 들어옴에 따라 공간과 시간의 경계, 너와 나의 구분, 그리고 물질적인 세계관의 출현으로 시대가 바뀌면서 사람들은 서로간의 믿음과 어울림보다는 욕망과 두려움의 감정이 더 많은 부분을 지배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욕망과 두려움은 사람들의 눈을 바꾸었다. 이전의 응시에서 현재의 응시로, 깊은 곳에 대한 응시에서 보이는 것만을 믿는 응시로 변화하였다.

이반은 이러한 자신의 가치관을 이전의 자신의 저작들을 통해 소개한 바와 같이 교육과 의료의 변화를 통해 예를 들어 이야기 한다.

제도화된 교육은 인간의 영역에 대한 사람들의 응시를 한 곳으로 집중하게 만들고, 교육을 통해 사람들의 가치관을 획일화하여 잘못된 곳으로 한방향정렬하게 만드는 곳이 되어 버렸다. 모든 사람이 교육을 통해 다양성을 상실하고 시스템안에 녹아들어간 일종의 부속같은 것이 되어 버린 것이다.

또한 상업화된 의료는 새로운 병을 양산하고 수익을 위해 사람들을 자신의 인지와 감정과 상관없이 생명연장을 시키는 사람이 사람으로서 인생을 살고 죽는 시대를 넘어 하나의 물질적인 생명체로 만들어 버렸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처럼 거대한 물질적인 욕망과 두려움의 시스템속에서 현대 사회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나에게 이를 해결할 새로운 제안을 하기 보다는 현재를 살아가는 나에게 이 책을 통해 가치관을 형성해 주었다.
기독교인으로서 나는 교회와 세상,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세상 속에서 이 책, 그리고 이반 일리히의 유언을 통해 나의 사상적인 잣대를 하나 만난 듯 하다.

그러한 점이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던 기쁨이자 보람이다.

이 책은 서가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두고 내가 틈틈이 밑줄 그은 부분을 탐독해야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솔직히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나, 일종의 문화충격 같은 것을 받을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되겠다.

내가 1분기에 읽은 책 중 가장 맘에 오는 책이다.



이반 일리히의 유언 - 10점
데이비드 케일리.이반 일리히 지음, 이한.서범석 옮김, 박홍규 감수/이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