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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세계사를 관통하는 놀라운 통찰력

세계사를움직이는다섯가지힘욕망모더니즘제국주의몬스터종교
카테고리 역사/문화 > 세계사 > 교양세계사
지은이 사이토 다카시 (뜨인돌출판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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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바캉스. 여름 휴가 시즌이다. 남들이 북캉스라고 하니 어차피 휴가 내내 15개월 아들놈을 전담마크해야 하는 나로서는 북캉스를 택했고 두 권의 책과 여름을 즐길 음반을 하나 구입했다. 그 중 한 권이 이 책이다.

사이토 다카시는 일본에서는 꽤나 잘 알려진 문학비평가이다. 문학비평가가 세계사를 관통하고자 정리한 내용이 꽤나 통찰력이 있다. 더욱이 그의 표현대로 일본이라는 세계사의 중심에서 조금은 오랜동안 벗어나 있다가 메이지 유신 이후 어쩔 수 없이 세계사의 무대로 들어온 '동북아시아의 땅 끝, 지팡구'인 일본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세계사를 객관적인 프레임으로 정리할 수 있는 입장에 있다고 본다.

이 책에서는 고대 헬레니즘과 그리스 문화에서부터 로마제국을 거쳐 중세, 근대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럽과 중동, 그리고 현재 제국주의의 표상인 미국까지의 세계 무대의 중심축을 5가지 표제로 정리하여 제공하고 있다.

우선 욕망이라는 카테고리에서는 중세에서 근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욕망이라는 것이 세계사 속에서 만들어낸 중세 종교과 왕권의 다툼, 그리고 루터의 95개조 반박문 이후 종교개혁의 과정에서 생겨난 프로테스탄티즘, 현재의 미국을 만들어낸 자본주의가 실제로는 칼뱅의 예정설로부터 이어온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의 유물임을 주장한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결과론적으로 받아들인 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본류를 시초부터 통찰력을 가지고 해석해냈던 베버에 대해 저자는 놀라운 통찰력이라고 추켜세운다. 

사실상 이 책의 5가지 카테고리의 중심축은 이 욕망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제시된 '프로테스탄티즘과 자본주의 윤리'를 써낸 베버의 통찰력에 대한 존경으로 일관된다고 생각된다.

또한 저자는 데카르트 이후 신체를 경시하고 정신적인 이성만을 중시하게 된 르네상스 이후 근대화에 대해 이는 한계를 드러내는 철학이라고 주장하고 현대 사회에서 다시 신체를 중시하는 현대인들의 트랜드가 중세 이후 어쩌면 잠시 신체의 욕망을 벗어났던 본류로 다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어차피 현대는 불안과 신체적인 욕망들이 뒤엉킨 시대가 아니던가..

다섯번째 카테고리로 정리한 재인식되는 중세의 내용도 종교, 구교라는 이름으로 성욕과 신체적인 욕망을 억제하던 시대가 알고 보면 음성적으로 더 타락한 시대라고 재해석하는 것도 어쩌면 이성적이여야 한다고 정신중심으로 일관되던 철학의 시류에 한계가 있으며 다양성이 필요한 시대임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저자는 3번째 카테고리로 제국의 야망사를 설명하면서 야망은 남자다움의 본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독립을 추구하는 여성성과 대비되는 남자의 본성이므로 시대를 관통하는 남성미의 표상이라고 이야기한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으로부터, 카이사르, 그리고 나폴레옹까지 때로는 남성다움으로 인해 끝이 안 좋았을지 몰라도 그들은 진정한 남성적 야망을 추구했던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언제나 그리고 지금도 세계사의 중심으로 생각되고 있는 유일신 3형제, 유대교, 기독교,이슬람교에 대해 비교적 종교학적인 객관성을 가지고 접근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인다. 이스라엘의 탄생, 그리고 현대 미국의 이라크침공 속에서 느낄 수 있는 3형제의 분쟁의 계속성과 이슬람교에 대한 편견과 해석을 나름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해제는 재미있게도 우석훈선생이 썼는데, 일본의 문학가가 제시한 세계사의 프레임을 보며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부러움과 우리 세계사 연구의 부족함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아무래도 문화인류학 강의를 맡은 직업적인 책임감이 이 책의 해제를 통해 나타난 것이 아닌가 싶다.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은 역사서이다. 이러한 세계사를 관통하는 새로운 프레임들은 나의 거시적인 관점에 통찰력을 더해주고 다양한 관점에 대한 객관적인 수용성을 높여준다. 너무 재미있는 여름 휴가를 보내게 해준 양서이다.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 10점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뜨인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