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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완벽한 가격] 저렴한 상품은 저렴한 노동을 의미한다.

완벽한가격뇌를충돌질하는최저가격의불편한진실
카테고리 경제/경영 > 경제일반 > 경제비평
지은이 엘렌 레펠 셸 (랜덤하우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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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요즘 SSM이나 대형 할인마트에 대한 가격경쟁은 소비자로서 보다는 공급자로서의 측면에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현대 사회가 마케팅사회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공급자로서 작금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하지만 반대로 소비자의 관점에서 저렴한 가격에 믿을 수 있는 상품들을 신선하게 제공하는 할인마트는 이제 생활의 편리함을 생각하면 없어서는 안 되는 곳이 되어 가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현재의 상황,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사람들의 행태, 즉 욕구가 어떠한 순환고리를 가지고 움직이는지를 전반적으로 일깨워준다.

미시경제학적 측면에서 소비자와 공급자는 서로가 공존하며 양면의 역할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근본적인 배경이다. 저렴한 상품을 손쉽게 공급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로서 생활의 편의성을 누리게 되지만 동전의 양면인 공급자로서는 상품이 저렴해져감에 따라 임금의 상승과 보전이 제한되며, 노동안정성도 점점 불안정 해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먼저 근세 스미스가 생각했던 계몽된 자본주의의 올바른 해석의 개념을 넘어 무분별한 소비사회가 된 역사적인 배경부터 설명한다. 이는 리카도가 역설한 비교우위론이 대부분의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현실에 반영되면서 시작되어 점점 무분별해지기 시작했으며, 미국 사회가 프로테스탄티즘 자본주의 윤리와 칼뱅주의 예정설을 기반한 저축기반의 검소한 사회에서 욕망과 소비주의의 사회로 탈바꿈하면서 생기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한다.

그 화두는 바로 대량생산사회이다. 다양성을 가지고 움직이던 공급사회가 대량생산체제로 탈바꿈하면서 원가를 감소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은 제한되었다. 그리고 가격경쟁이라는 무대로 이동함에 따라 소비자는 선택의 제한 뿐 아니라 공급자로서의 직장에서도 노동안정이 불안해지고 착취당하기 시작하였다.

할인은 이러한 무대의 속도에 불을 당겼다. 공급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인 대중들은 마치 불나방처럼 할인이라는 무대로 모여들었고 그 무대가 자신을 불태워 죽일수도 있는 위험한 부메랑이 된다는 점을 일찍이 인식하지 못했다.

정보 기술이 발달하면서 소비자주권의 시대가 도래하였다고 사람들은 이야기하지만 단골에서 평범한 소비자 대중으로 전락하면서 직접 보지 못하고 정보는 완전 대칭적이지 못해 공급자의 속임수에 놀아나는 꼴이 되어가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속임수는 점점 정교해지면 사람의 심리를 충동하는 마케팅의 수단이 난무하고 소비자에게 불편한 선택을 강요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획일화된 제품 속에 장인들의 창조는 사라진지 오래이고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하여 획일화된 사회에서 착한 소비자만을 만들어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들이 식량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식량은 이제 획일화되어 자연재해에 취약하고 거대기업들의 착취적인 행태로 생산된 식량들은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 되었다.

재무투자자들이 당장의 이익과 성장을 원하는 상황에서 공급자는 재무제표에 연연할 수 밖에 없고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이 오고 이를 통해 세상은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슘페터의 주장은 현재의 창조적이지 못한 파괴행위로 인해 창조없는 파괴, 자연파괴의 악순환으로 현재 진행중이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저자가 예를 들어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관광명소가 된 슈퍼마켓 '웨크먼트'가 그 곳이다. 착취와 획일화에 개념을 넘어 직원들이 잘해서 손님을 오게 하고 특별히 유통하는 상품에 신경을 써 가치를 파는 업체가 말로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러한 악순환들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저렴한 가격을 원하는 저렴한 인간일 수 없다. 진정으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가치있는 인간의 시대가 도래하였으면 한다.

완벽한 가격 - 10점
엘렌 러펠 셸 지음, 정준희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