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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강남몽] 구운몽,옥루몽,홍루몽. 그리고 일장춘몽

강남몽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황석영 (창비,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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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를 시작하면서 아내와 함께 동시에 읽은 소설이 바로 강남몽이다. 아내가 황석영 선생의 책을 무척이나 좋아하는터라 옆에서 보는 것을 얼핏 얼핏 보았는데 평소와 달리 굉장히 집중해서 보는 것 같았기 때문에 나도 은근슬쩍 나눠서 보게 되었다.

아내에게 내가 물었다. - 재밌냐?

아내는 이렇게 대답했다 – 드라마 ‘자이언트'의 소설판이야

책날개의 내용을 보고 대략적으로 강남 형성사에 대한 내용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시대적인 배경과 내용이 나름 비슷한 모양이었다.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가 한꺼번에 등장하고 인기를 얻으면 책이나 관련 문헌이 같이 뜨는 것을 그 동안 많이 목격해 왔기 때문에 나름 호기심이 들기 시작했다.

황석영 선생은 이전부터 강남형성사에 대한 내용을 소재로 책을 쓰고 싶다고 이야기 해왔었고 역사소설이라면 누구나 최소 2권 이상의 장편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나름 400페이지 안쪽으로 마무리한 건 시대를 반영한 분량 편집이라고 생각했다.

상품백화점 붕괴라는 강남형성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그 허망함을 단적으로 상징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삼풍백화점과 강남의 형성과정에서 일제시대부터 시작되는 주요 인물들의 청소년기, 그리고 성인을 지나 90년대 초반까지의 인생을 그리고 있다. 박선녀라는 인물이 지나면서 만나게 되는 김진을 비롯한 건설업을 일어난 강남형성사의 주역들, 그리고 그 곁가지로 이철희, 장영자 사건 같은 굵직한 사건들을 다루면서 한 시대를 풍미한 사람들이 내 과거에 대한 기억들을 되새겼다. 강은촌이나 양홍태는 누구나 다 알만한 한 시대의 두 조폭을 형상화한 것이며, 뉴스보도를 통해 일면을 장식했던 기사들이 시간 순으로 나열되어 있다. 모두가 박선녀라는 인물의 주변을 통해 얽힌 인간군상들이며, 그 시대를 살아낸 우리 주변의 모습들이다.

하나의 인물이 주가 되어 스토리를 전개하기 보다는 한 사람을 중심으로 얽힌 이야기들이 약간은 옴니버스식인 전개를 이루고 있는 점을 보면서 왕가위 감독의 영화들이 생각났다. 제목이 뭐더라… 중경삼림인가?

내가 원래 좀 무미건조한 인간인지라 소설은 즐겨 읽는 편이 아닌데 휴가를 맞이해서 간만히 소설을 한편 읽었고 그 소설이 지금 티비를 통해 우리 가족이 시청하는 드라마와 같은 맥락으로 이어지고 있어 그 시대를 나의 기억으로 돌아보게 되는 점은 참으로 흥미로웠다.

인문이나 경제경영서 사이에서 소설은 우리의 기억을 되살리며 혹은 우리의 상상에 날개를 날아주는 더위 속의 청량제가 아닌가 싶다. 한 여름 더위를 잊게 해줄 양서로서 권한다.

강남몽 - 8점
황석영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