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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예수전] 예수 그리스도의 생각을 엿보다.

예수전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김규항 (돌베개,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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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광고매체를 통해 접했을 때는 좀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인문학으로 분류되어야 하는 것이 종교 코너에도 와있고 어떤 서점에서는 인문학 코너에도 보이는 현상 때문이었다. 과거 도올 김용옥선생님의 사해사본에 관련된 책(제목이 갑자기 기억이 안나네..ㅋㅋ)을 읽으면서 앞으로 성경이나 예수님에 관련된 생애를 인문학적인 접근으로 설명하거나 주장한 책을 읽는 것이 별로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끌리는 호기심에는 어쩔 수 없어 (인간의 호기심이란 정말 무섭다. 불꽃을 향해 달려드는 나방 같지 않은가?) 퇴근길에 매장에 들러 생각보다는 조금 작은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이 책은 진보성향의 사회학자? 김규항선생님이 카톨릭에서 주로 읽을 수 있는 마르코복음(신약성서의 마가복음)을 본문으로 기재하고 거기에 너무(too) 긴 주석을 달아 예수 그리스도의 당시 생각을 엿보아 우리에게 전해 주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책의 서문을 보면서 이 책이 전형적인 기독교적인 사고관을 가지고 쓰여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약간은 비판적인 태도로 처음부터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더욱이 표지 서문 끝나고 바로 이어지는 장에 이스라엘과 요르단 서안으로 이어지는 지도를 그리고 있다는 점은 이전의 기독교를 주제로한 인문학 서적을 보는 듯 했다.

하지만, 1장부터 시작되는 마르코복음을 해석하고 음미하는 저자의 눈길과 태도를 보면서 나의 비판성향을 점점 글에 대한 몰입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먼저 저자는 마르코복음에서 나오는 갖가지 이적과 설명 불가능한 현상이 정말 역사적인 사실인가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완전히 배제하고 그 사건이 가지는 의미에 주목하여 당시 예수그리스도가 느꼈을 생각과 태도에 집중하고 있다.

당시 이스라엘을 통치하던 로마와 바리새인, 사두개인, 그리고 전통과 지배세력에 모두 억압된 삶을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갈릴리 사람들의 느낌을 전하면서 예수님이 왜 갈릴리사람으로 어린시절을 보내야 했으며 열두 제자의 의미와 그 시대의 사회가치관들을 적절히 설명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행적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물론 이러한 설명이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을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자본주의의 양극화와 물질만능주의의 탐욕적인 세태를 꼬집고 더불어 사회주의가 붕괴한 원인과 한계, 예수 그리스도의 행적의 의미를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비판적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일타 이피다. ㅋㅋ)

더불어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가 인간적인 관점과 생각으로 범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내 안의 것이 새로워지지 않는다면 결코 세상 속에서 이루기 어려운 것임을 알게 해준다. 당시 예수님도 이전 것을, 특히 지배세력과 당시의 가치관을 완전히 뛰어넘기를 원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의 이기주의와 대적해야 하는 입장이 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비록 카톨릭 성서이기는 하지만 마르코복음을 완독하면서 예수 그리스도 당시의 상황에서 태도와 행적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고, 그 분의 인간적인 고뇌와 그 안에서도 성취하려는 목적을 위해 나아가는 모습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이 물론 나에게 백퍼센트 완전히 공감을 형성하고 있지는 않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의 비판보다는 책을 읽으면서 몰입한 감동과 느낌이 훨씬 더 커졌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중에 꼭 다시 한번 내 서가에서 꺼내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본다.
예수전 - 10점
김규항 지음/돌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