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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람기

내가 숨쉬는 공기(2007년 이지호감독)

내가 숨쉬는 공기
감독 지호 리 (2007 / 멕시코, 미국)
출연 포레스트 휘태커, 브랜든 프레이저, 사라 미셸 겔러, 케빈 베이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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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전날 우리 파트회식 때문에 이른 새벽까지 술을 잔뜩 먹고 연휴 첫날의 아침을 맞이했다.
깨질 듯한 머리와 축처린 몸을 간신히 추스리고 아침에 불평을 잔뜩하며 출근하는 쿨?한 우리 와이프가 출근하는 것을 배웅하고 나니 머리 속에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멍하고 나를 일으길 수 없는 상태로 거실에 앉아 컴퓨터를 키고 누웠다가 영화 폴더를 열었다.
그 동안 보지 않은 영화를 찾다가 '내가 숨쉬는 공기'라는 영화를 열었다. 헐리우드 영화인 듯 한데 감독이 우리나라 사람이기에 신선한 마음에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영화는 4가지 사람의 감정을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용기와 행복, 두려움과 사랑이라는 네 가지 꼭지를 구분해서 이 구분된 감정 속에서 열망하거나 낙오하는 인간군상들의 모습들을 이야기로 풀어내어 보여준다.
보통의 회사원이자 주식중계인으로 정해진 바만을 이해하고 움직이는 소시민인 포레스트 휘대커는 주변의 자신보다 즐기고 여유있고 뛰어나 보이는 쾌활한 직장동료들에게 약간의 왕따, 내지는 샌님 정도로 치부된다. 그 안에서 늘 갇혀사는 휘대커는 그들을 동경하고 이들이 참여하는 조작경마 도박정보를 입수하고 도박장에 가서 자신도 모르게 오만달러를 걸게 된다. 여기서 조작된 경마결과가 그대로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결과는 아니었고 부채때문에 도박장 주인인 앤디 가르시아에게 독촉을 받게 된다.

미래를 볼 줄 아는 브랜든 프레이저로 동네의 뒤를 봐주고 추심하는 앤디 가르시아의 충복으로 나오는데 이 사람이 주식중계를 휘대커에게 하는 사람이었다. 휘대커의 잘못된 행동을 보고 그의 집에 찾아와 권총을 주고 나가는데 이 행동 자체도 미래를 보는 사람으로서의 행동이라고 본다.

과거의 우연한 행동으로 길거리 싸움에서 동생을 잃게 된 브랜든은 미래는 어쩔 수 없이 바라봐야 하는 불행한 사람으로 항상 행복을 추구한다.

행복을 추구하는 브랜든, 용기를 갈망했던 포레스트, 그리고 브랜든이 미래를 볼 수 없었던 단 한 사람으로 나오는 사라 미셀 걸러, 여기서는 본명을 숨기고 예명을 사용하는 신인 유명가수로 나온다. 영화의 끝부분까지 진정한 자신 내면을 전혀 보여주지 않지만 자기가 사랑했고 자신을 위해 죽어진 브랜든에게만은 자신의 진정한 이름을 말하는 존재이다.
 
마지막으로 진정으로 사랑했던 여자가 자신의 가장 친구와 결혼한 후 옆에서 그 사랑을 지속하는 의사로 분한 캐빈 베이컨. 어쩌면 이 영화에서 4자기 감정을 대표하는 사람 가운데 가장 솔직하고 진정한 인간인 듯 하다. 맡고 있는 주제가 사랑이어서 그럴 수도 있다.
 
이러한 사람들의 인간 군상들이 어우러지고 그 안에서 인간의 열망하는 가치인 이 4가지를 이용하는 중심 축인 앤디 가르시아. 앤디는 인간의 감정에 대한 욕망을 적절히 이용하며 살아가는 일종의 감정의 얼개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대사 속에서 4가지 감정의 이면을 꼬집는 중요한 이야기 전개의 핵이다.

암튼 이야기가 5명의 사람을 중심으로 이어진다.

이 영화는 다소 무겁고 냉소적이기는 하지만, 인간의 욕망들 속에서 우리 주변에 쉽게 존재하고 있는 가치들을 잊을 수 있는 것들을 다시금 중요하게 생각하게 해준다. 물론 자신 주변의 것들에 대해 중요하게 여기는 것 이외의 열정을 가지고 추구할 만한 것들이 분명히 있을 수 있으나 인간이라는 존재의 특성상 탐욕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들이 오히려 우울하게 할 수 있음을 알게 한다. 

교훈적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헐리우드 영화답지 않게 약간은 미묘한 감정선들이 영화 전반에 걸쳐 이어지고 있어 독특한 맛이 있다. 그리고 이야기 구조도 꽤나 재미나다. 영화도 적당히 짧아 ㅋㅋ 영화를 보는 동안 거부감없이 몰입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볼 수 있는 참을성이 많지 않는 개인적인 환경이지만, 몰입할 수 있었던 정도의 영화라면 내가 판단하기에는 수작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