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삼매경

무단히. 무단히..


다산 1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한승원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년)
상세보기

다산 2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한승원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년)
상세보기

음.. 이 책은 오랜만에 소설을 읽고 싶다는 내 의지에 의해서 구입한 책 중에 하나이다. 평소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소설의 대상이 된 다산 선생님이 어쩌면 진부하다고 생각할 수 도 있겠지만, 두 권 정도의 소설 분량이라면 이전의 단권 서적들과 다르게 그의 진면목을 나 나름대로 가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주저없이 두 권 모두 구입해서 읽어내기 시작했다.

물론 올 여름 함께 읽어내야 했던 딱딱한 경영 경제서들 속에서 어쩌면 유일하게 내가 진진한 마음으로 접해야 했던 이 책은 아침 출퇴근시간 5호선의 답답한 땀냄새와 열기 속에서도 나를 재미난 이야기의 세계로 잡아들었고, 그 재미때문에 아침잠이 많았던 내가 목적지인 광화문역에 도착했을때에는 오히려 보통때보다 더욱 활기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이 책은 내가 읽기에는 너무나 큰 책이다.
개인적으로 책을 다 읽고 나서 한승원 선생님을 존경하기로 했다.
이 책은 철학책이다. 책의 내용은 정조가 죽은 이후 어려움을 겪어 격오지 근무와 유배, 귀향을 반복하고 늙어가는 다산의 과거에 대한 회상과 추억. 그리고 유배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소소한 사건들 속에서 나타나는 그의 인간적인 고뇌를 그린다.. 아니다. 인간적인 고뇌라기 보다는 사내로서 인간으로서 기준으로 삼고 살아가야 하는 사업, 곧 기준에 대한 고뇌가 담겨 있다.

천주학이라는 당시에 해서는 안 될 학문 때문에 정가 형제들은 죽거나 유배를 가고 가문은 어려워지고, 또한 정조 때 함께 했던 총명한 남인 친구들의 죽음을 보면서, 어쩌면 사상이나 신앙 같은 것으로 인해 어려워지는 현실로부터 도피하고자 했던 자신에 대한 모습과 형제임에도 끝까지 천주교를 전파하다 죽어간 형 정약종에 대한 형제애 같은 인간적인 면목가 물씬 풍기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읽어가게 되면서 소설가 한승원 선생님이 다산을 쓰게 된 계기와 이전의 소설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초의나 추사등의 소설을 쓰면서 마지막으로 그들의 스승인 다산을 적고 싶으셨다는 선생님의 마음도 어느 정도는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

당시의 불교와 유학, 그리고 외부적으로 부인해야 하며, 다산의 가족을 망치고 정조시대의 총아인 남인들을 모두 없앤 천주교 사이에서 그는 내면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하느님의 존재 때문에 인간적으로 매우 괴로워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말년의 쓸쓸함과 괴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그렇게 무던히도 글쓰기에 몰두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게 그에게 맡겨진 달란트라고 생각했고 남자로서 마지막으로 해야 할 사업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 동안 경영. 경제서적으로 다소 딱딱해져 있던 내 마음에 인간적인 풍부한 감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 나에게 가장 큰 행복이었다. 더불어 그 동안은 얄팍하게 알고 있던 다산 선생님의 인간적인 면모를 비록 소설이지만 구체적으로 유추해볼 수 있었던 경험이 무엇보다 크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글을 나에게 선물해 주신 소설가 한승원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선생님 건강하세요.

'독서삼매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  (0) 2008.09.24
청소하는 마음으로 배우는 상생의 원리  (0) 2008.09.23
준비해서 빛나라~  (0) 2008.09.19
측정에 대한 태도를 바꿔보자~!  (0) 2008.09.18
측정할 수 없는 이익  (0) 2008.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