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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슬라보예 지젝]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

처음에는비극으로다음에는희극으로세계금융위기와자본주의
카테고리 경제/경영 > 재테크/금융 > 금융경제 > 국제금융
지은이 슬라보예 지젝 (창비,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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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데 왜 이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했는지 나 자신이 궁금하다.
처음 절반 정도는 열정적으로 지젝의 모험에 빠져보고자 열심히 읽으려고 했으나 그닥 책이 쉽지 않음을 알고 나서부터는 오히려 책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보려고 애를 많이 썼다.
더욱이 번역하신 분이 연세가 좀 있으신 분인지 현대적인 용어와 표기법, 그리고 단문 위주의 문장보다는 복문과 혼합문, 그리고 약간의 예전 용어를 많이 사용하셔서 이해하는데 조금 더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사실이다. 아니면 내가 언어의 이해도가 부족하던지 둘 중의 하나 인 듯 하다.

지젝선생의 글은 비단 처음 읽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름의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또 이번에는 어떤 객기를 부리실려나 하는 호기심을 느끼고 있었다. 비판과 객기, 그리고 언어를 통한 전복의 달인, 지젝선생의 글을 통해 세상의 부조리를 다시금 되새겨? 보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세계금융위기를 겪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세계 금융위기의 근원지인 미국의 태도를 비판하면서 도입부를 맞이한다. 사실 경제의 위기이기는 하지만 그 것을 풀어내야 하는 것은 정치이기 때문에 정치권력의 대응 태도를 이데올로기적으로 접근하면서 비판하고 있다.

지젝선생은 미국의 자본주의 체제에서 부시행정부가 세계금융위기를 맞이하고 나서 퇴진하고 이후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자체하는 미국의 민주당정권 (여기서는 그 것이 극대화된 정권이 오바마정권의 이미지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이 이를 해결해 나가는 각종 정책들이 정말 진보개혁성향의 복지국가적인 정책인지 아니면 오히려 더욱 보수주의적인 성향을 보이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미국이라는 국가 뿐만 아니겠지만 이상하게도 진보성향의 정권이 더욱 보수적이고 자유시장주의적인 정책들을 만들어내고 보수적인 야당정권은 진보적이고 복지국가적인 성향으로 맞대응하는 형태가 서로에게 모순된 상황임을 알려준다.

그리고 자본주의 시장경제 안에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양산해낸 모든 이데올로기들은 그 맥락이 한 프레임 안에서 지속적으로 움직여왔기 때문에 이를 뛰어넘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진보적인 성향이라고 이야기하는 정권과 사람들 모두가 같은 프레임 안에서 부와 지위를 쟁취하기 위해 살아가기 때문에 양극화는 점점 심화되기 마련이고 건강한 부자라고 칭송받는 빌게이츠나 워린 버핏 같은 사람들은 월스트리트나 기술력을 가지고 가장 극대화된 부를 축척하여 이를 기부하는 형태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결코 우리는 범접할 수 없는 부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이 책은 1부에서 모든 것은 이데올로기의 문제라고 이야기하고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움직이는 양 축인 보수주의와 진보주의의 모순된 입장들을 비판하고 이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으로 2부에서는 사회주의와는 다른 공산주의적 발상을 이야기한다.

지젝선생이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완전히 새로운 프레임, 전복은 과거 내가 읽었던 김규항 선생의 예수전을 생각하게 한다. 지젝선생은 프레임을 바꾸고 이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은 과거 레닌과 막스가 주장했던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이며 이를 통해 모순된 현재의 체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내가 이 책을 읽어내면서 전체를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다. 책이 뭐낙 복문이 많고 어려워서 ...ㅋㅋㅋ 나름대로 변명을 많이 하게 되는 감상평이 되어 버리고 있다.

이 책은 비록 두껍지는 않지만 진보급진주의자로서의 지젝선생의 모습을 다시금 유감없이 보여주기 때문에 나에게 나름의 많은 이미지들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요즘 저자의 책을 모두 구입해서 읽거나 탐독하는 사람들 중에 장하준 교수님의 책이 있는데 이는 비단 어떤 면에서는 지젝과 같지만 훨씬 현실주의 안에서 움직이려는 면을 많이 보이고 있다.

아무튼 나중에라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며, 지젝선생의 깊이 있는 주장을 다시금 되새겨보고 싶다.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 - 8점
슬라보예 지젝 지음, 김성호 옮김/창비(창작과비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