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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첫 날이지만 아내는 계속 출근하고 예정되었던 집 수리가 비가 와서 안 되면서 시네큐브 광화문으로 향했다.
혼자서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본지가 언제 인지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가늠해보니
한 15년 쯤 된 듯 했다.... 그 때 어떤 영화를 보았는지는 확실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주안역에 있는 영화관이 아니었나 싶다. 군대 가기 전이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아내가 아침에 출근을 하고 나서 대충 집 청소를 하고
점심은 페스트푸드로 때울 욕심에 시간 맞춰 집을 나섰다. 정동 부근에 맥도널드에서 여유롭게 점심을 때워볼까 했는데... 이게 왠걸...
학생들이 버글버글하다... 요즘 애들이 이렇게 점심으로 페스트푸트를 많이 먹는 줄 몰랐다. 새삼 놀라웠다. 자유주의 시장경제로 인한 먹거리 대량 주입의 여파가 이렇게 피부에 와닿다니...
가까스로 점심을 때우고 허겁지겁 도착해서 5분 전에 들어갔다.
이야~ 의외로 사람들이 많다. 구석 자리로 한 자리를 간신히 얻었다.
주변에는 수녀님들이 꽤 보이고 20대 후반~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여성들이 많다.
영화가 시작했다.
다큐 영화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듯 하다. 예전에 인천 미림극장에서 마이크로 코스모스를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정말 제대로 취침을 했던 것 같다.
베네수엘라라는 나라가 총기와 빈곤으로 그렇게 어려운지도 영화를 보면서 처음 알았다.
베네수엘라라면 남미의 국가 중의 하나라는 것 이외에 내 머리 속에 그리 배경지식이 많지 않았다.
거기 대통령이 차베스인가 하는 사람인 듯 하다.
아무튼 영화는 음악, 그것도 흥겨운 남미음악이 중간 중간 삽입되어 다큐영화 특유의 지루함을 감소시키면서 한 시간 정도는 나의 몰입을 유지시켜 주었다.
구스타보 두다멜과 그의 오케스트라는 제법 흥겨운 연주를 통해 빈곤함으로 대비되는 영상을 행복감으로 승화시켜주는 것 같았다.
빈곤한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리켜 소소한 행복감과 함께 미래에 대한 꿈과 열망을 주는 것. 이 것이 엘 시스테마를 보며 내가 느낀 교육의 본질이라고 느꼈다. 물론 경쟁이라는 체제에 익숙한 선진국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시스템이지만 베네수엘라라는 국가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시스템이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 내면서 이제 음악 강국, 문화 강국으로 변모하는 모습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듯 했다.
모처럼 몰입해서 영화를 본 후
그 감동을 배경지식으로 이어가기 위해 광화문점을 찾았다. 일단 평대 서가에서 책을 살펴보고 다음은 핫트랙스 음반 코너에 가서 두다멜의 최근 음반들을 좀 더 살려보았다.
같은 소재이지만 영화와 음반,DVD, 그리고 책이 모두 다른 편집 프레임을 가지고 있어 배경지식을 넓혀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듯 했다.
마침 추석명절이고 하니 책을 몇 권 구입해서 외사촌동생들에게 돌렸다.
의외로 여대에 다니는 동생은 엘 시스테마를 아는 듯 했고, 매우 좋아해서 나도 마음이 좋았다.
추석 연휴 처음을 좋은 영화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엘 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 - 체피 보르사치니 지음, 김희경 옮김/푸른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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