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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한국기업. 로고스. 그리고 인간적인 자본주의...

조직의 재발견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우석훈 (개마고원,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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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경영학이라는 기업에 한정된 학문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어쩌면 진중하게 접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업에 대해 모른 척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을 블랙 박스라고 생각하고 시장에서 벌어지는 상황과는 정반대로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이 현재 경제학에 대한 논의이자 이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제는 우리가 속하고 생활하고 부딪히는 이 기업. 그리고 조직이라는 것이 과연 경제학이라고 해서 간과해야 하는지에 대해 일단 반성하면서 이 책을 시작한다.

 

나도 경제학을 학부에서 전공했지만 진정 경제학은 경영학과의 차별화를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너무 기업 내부에 대해 등한시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바와 같이 근대산업사회의 영화로운 30년을 보냈던 유럽이나 혹은 파슨스의 조직이론 이후 인문학에서 짧은 기간동안 그 유럽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미국의 경우처럼 이제 결코 조직의 문화, 그리고 진화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이 시대의 과제이다.

 

왜냐하면 조직의 진화라는 것이 곧 시기의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원이자 교회의 한 구성원. 그리고 졸업하거나 재학하고 있는 학교의 졸업생. 혹은 학생으로서 나는 남 못지 않은 많은 조직에 속한 구성원이다.

하지만 우리 생활에서 조직이라는 것을 정의하는 가장 손쉬운 단위인 정치. 사회. 문화. 종교. 그리고 조직의 분류인 군대. 종교. 가정이라는 각각의 구분단위 안에서 보면 우리의 조직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으며 나의 조직은 잘 발전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저자는 한국사회의 조직, 아니 적어도 기업이라는 작은 단위 내에서 우리가 소위 사회나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미국기업. 그리고 도요다를 필두로 세계기업의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던 j-firm과 다른 더 진화된 k-firm이 과연 우리에게 존재할 수 있는지.. 존재가 가능하다면 어떤 방법에 의해 진화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 조직들의 현재 문제점들. 그 중에서 과거 압축 성장이라는 이전에는 그 모델을 찾을 수 없었던 형태의 기업문화를 앞으로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 것인지 논의하고자 한다.

 

물론 이 책에서 우리의 조직문화가 앞으로 개선된 방향으로 진화하기 위한 필자의 주장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는다. 다만 "로고스"라는 인간적인 자본주의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일종의 스케치 정도로 이 책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내가 적어도 알 수 있는 것은 현재의 우리가 이전, 적어도 50~60년대 우리의 아버지세대가 이루어놓은 좋은 것들을 더욱 진화시키기 보다는 그시절 기업가들의 파토스. 그리고 지금의 40~50대의 에토스 이후 더 이상 진화시키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갖게 한다.

 

이는 반대로 말하자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주입식은 아니지만 자유도에 맞춰 이야기할, 혹은 생각할 꺼리를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조직의 진화방향을 제시함에 있어 그 동안 경제의 압축성장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어 온 기업 조직 내의 시대정신들이 현재의 상황에서는 더 이상 활용가능하지 않고 오히려 구축효과를 내며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 않는가에 대한 경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시대정신이 변화하는 방향이 구축효과나 한쪽으로 편향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하여 선을 이룰 수 있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파와 극우파. 즉 제도권 내의 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진보는 결코 그 중심에 설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우파, 즉 제도권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그리고 그 제도권의 구성원인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조직원으로 살아가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볼 부분이 많은 책이라고 하겠다.